이제는 제작사에 대해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프랑스의 트라이앵글이 창립 40주년을 맞으면서 몇 기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각 시리즈별로 숫자를 제한해 생산하는 한정판인데, 그중에서 에스프리 40주년 기념 모델 중 북셀프 제품이 시청기인 코메트(Comete) 40th 애니버서리 에디션이다.
과거에는 그토록 문화 강국이었던 프랑스가 이상하게도 좀 시들해졌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명작 소설도 맥이 끊겼고 스타 한 명도 변변히 없는 영화도 존재 자체를 의심할 만큼 보통의 흥미 없는 소품만 만드는 등 도무지 과거 누구나 동경했던 프랑스 문화가 이제 사라져 버린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오던 참이다. 물론 오디오에 있어서도 영국이나 독일권에 밀려 백댄서처럼 된 것 아닌가 하던 참에 돌연 이 트라이앵글이라는 스피커가 국내에 들어 왔다. 수입 스피커 사상 이처럼 열광적으로 찬사를 받은 제품은 없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인데, 이 대중적인 가격대에서 이런 사운드를 모든 제품 전체에서 골고루 내주고 있는 메이커란 일찍이 없었다. 과연 프랑스의 저력! 새삼 그런 탄복을 하는 것도 당연히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대체 이보다 더 비싼 스피커가 꼭 필요한 것일까 라는 탄식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트라이앵글은 지금 단숨에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것 같다.
시청기는 비슷한 외모를 가진 동사의 제품과도 다른, 한정판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몇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 그냥 간단히 손질만 해서 겉치장만 한 그런 제품과는 한 획을 긋는다. 우선 겉에서 볼 수 있는 점은 인클로저의 고급화인데, 산토스 로즈우드, 골든 오크, 블론드 시코모르라는 멋진 하이 글로시 마감으로 단연코 고급품이라는 자부심을 보여 준다. 여기에 우퍼 주변의 트림 링, 마그네슘 돔 트위터, 디커플링 스파이크, 바인딩 포스트 패널 등이 모두 양극 산화 처리된 로즈 골드 컬러로 장식되었으며, 맞춤형 스피커 단자로 한 등급이 높아졌다. 골드 컬러의 Triangle 로고가 있는 자석 부착형 그릴도 기념 패키지이다.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것 같다.
외모뿐 아니다. 이 특별판은 사운드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주목할 만한 성능 향상을 특징으로 하는데,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고 내부에도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고밀도 MDF 캐비닛은 브레이싱을 추가하고 내부 보강재로 재설계되었으며, 트라이앵글의 DVAS(Driver Vibration Absorption System)도 투입되었는데 이 기술은 인클로저 내부 진동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MDF 및 EVA 폼으로 만든 특수한 구조물을 드라이버 뒤에 결합해 드라이버의 진동을 크게 완화시키고 캐비닛으로 낮은 잔류 진동을 전달하게 한다.
그 외에도 개선점은 즐비하다. 이 조그마한 스피커에 이토록 세심하게 공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 1인치 크기의 로즈 골드 컬러로 제작된 양극 산화 처리된 마그네슘 트위터와 6.5인치 천연 셀룰로오스 페이퍼 콘 미드·우퍼 드라이버는 모두 타사에 의뢰한 특주품이 아니다. 직접 프랑스의 트라이앵글에서 에스프리 40주년 기념 모델을 위해 특별히 새롭게 개발한 것들이다. 가벼움과 견고함이라는 바람직한 특정을 지닌 이 마그네슘 돔 트위터는 특히 일반 모델이 티타늄 돔 트위터라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며, 앤트러사이트 크롬이라는 새로운 컬러로 혼을 코팅했고 타사에서는 보기 드문 트위터의 페이즈 플러그는 분산을 개선하기 위해 다시 설계되었다. 미드·우퍼 역시 흰색 페이퍼 재질 멤브레인은 동일하지만 더 많은 목재 섬유와 더 큰 자석을 사용하는 모터 구조를 통해 저역 특성을 강화하고, 더 리니어한 대역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외에도 OFC 내부 배선과 신중하게 선택된 구성 요소를 사용해 만든 크로스오버를 적용했다. 소형기에 기왕의 제품인데도 이렇게 많은 개선을 시도한 예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시청기의 사용상 유의점은 신제품은 120시간 정도의 에이징 타임이 필요하다는 점. 흔히 스피커의 구동에서 각종 본드의 역할은 잘 알지 못하는데, 모든 부분에 들어가 있는 이 본드 연결체가 유연해지는 기간이 바로 에이징 타임과 직결이 된다.
트라이앵글 스피커의 미덕은 앰프 사용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출력이 높지 않은 깨끗한 사운드의 인티앰프와 최적일 정도로 매칭이 실로 다재다능하다. 그리고 보컬에서 실내악, 대편성 등 어느 장르를 울려도 좋구나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보다 더 비싸고 커다란 스피커가 정말 필요한 건가 라는 그런 의문. 항상 동일하다. 수십 년 피곤했던 오디오 마니아들이 진정으로 동감할 수 있는 산뜻한 워킹화 같다.
가격 286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7Hz-22kHz(±3dB)
출력음압레벨 90dB/W/m
임피던스 8Ω, 4.2Ω(최소)
파워핸들링 90W
크기(WHD) 20×40×32.4cm
무게 8.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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