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바이크의 자격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라이더 복장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어울려야 하며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어야 하고 내구성이 뛰어나야 한다. 높은 연비는 기본이고 차량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 어찌 보면 화려하고 기발한 디자인의 취미성 탈 것들보다 만들기 어 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비즈니스 바이크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하우주의 트렌디처럼 만들기는 더욱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따창지앙(Dachangjiang) 그룹은 대륙 최대의 모터사이클 조립 생산 기술력을 갖춘 회사다. 오래 전부터 맺어 온 스즈키사와의 제휴를 통해 자국 내에서는 그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스즈키의 소배기량 스쿠터라인의 개발 및 생산 대부분을 맡을 정도로 기술력이 급성장한 상태. 현재는 타 회사와의 합작 바이크를 만드는 것 외에도 하우주(Haojue) 라는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는 로시(Rosie)와 벨라(Bella), HJ110 등을 판매하고 있다.
125cc 비즈니스 스쿠터인 로시와 패션 스쿠터인 벨라는 만듦새와 주행 성능 면에서 특별한 불만을 찾기 어려울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가격도 동급 배기량의 일제보다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수많은 종류가 난립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단 세 대의 라인업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법. 이에 국내 하우주 제품의 수입을 담당하고 있는 (주) 다빈월드에서는 저배기량 고연비 스쿠터를 라인업에 추가하게 되었다. 여기서 소개할 트렌디(Trend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범의 미학
트렌디는 4스트로크 100cc 엔진을 실은 통학 및 출퇴근용 스쿠터다. 작고 아담한 차체에 배기량을 뛰어넘는 파워풀한 달리기 성능이 매력적인 트렌디는 혼다의 @SCR100이나 야마하의 시그너스RS와 경쟁할 모델. 물론 도장면의 퀄 리티나 제품 마무리 등에서는 아직 일제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50만원이나 차이 나는 가격 앞에서는 '이 정도 도색이면 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 정 신경 쓰인다면 30만원 정도 들여서 커스텀 도색을 하더라도 일제보다 싸다. 몰론 가격만 가지고 차량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트렌디는 달리기 성능 역시 부족함이 없다. 지나치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시트와 핸들 위치는 극단적인 체형이 아닌 이상 누가 타더라도 편안한 승차자세를 제공한다. 상체의 힘을 삐고 느긋한 기분으로 손을 들어올리면 적당한 위치에서 핸들이 잡히고 심플하게 구성된 각종 조작 버튼들이 손가락만 뻗으면 닿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야말로 늘 타오던 스쿠터를 타는 느낌. 흰색 바탕의 계기반에는 시속 120km까지 새겨진 계기반과 연료 잔량계가 깔끔하게 새겨져 있다. 너무나도 심플한 모습이다. @SCR100과 약간 비슷한 분워기. 이렇다 할 임펙트가 없지만 누가 봐도 거부감이 없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이다. 그래서인지 최신의 패션 스쿠터들에개서 보이는 허점-디자인은 멋진데 포지션이 조금 불편하다든가 등의-이 보 이지 않는다. 무협 만화책에서 보면 늙으수레한 쿵푸의 고수가 팔을 늘어뜨린 자연체로 서 있으면 악당이 움찔하며 다가서지 못하고, "제길 허점이 보이지 않는걸. 어디로 치고 들어가야 하는 거야?" 라며 당황하는 장면이 있곤 한데 바로 그런 느낌이다.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평범'을 추구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함께 해도 질리지 않을것 같다.
평범함 속의 강력한 힘
외관에서 헛점을 찾기 위해 가늘어진 실눈은 시동을 걸고 스로틀을 당기는 순간 휘둥그레진다. 원심 클러치가 맞물려 출발할 때까지의 시간차가 상당히 짧다. 그리고 힘이 좋다. 처음 타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체를 휘청거릴 게 틀림없다. 느긋하게 가속하려고 발을 쭉 뻗고 시트 뒤쪽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고수에게 섣불리 손을 내밀었다가 대갈일성과 함께 바닥에 내팽개져진 기분이 이런 걸까. 얼른 자세를 고쳐 잡고 배에 힘을 준 뒤 스로틀을 힘껏 열었다. 지체 없이 가속 하는 차체, 금세 시속 90km까지 올라가 있는 계기반이 제원표상의 배기량을 의심하게 만든다. 누가 타더라도 친숙한 느낌은 외관뿐만 아니라 핸들링에도 예외 없이 배어있다. 자연스런 핸들링은 첫 번째 코너를 도는 순간 핸들과 뇌가 연결되는 느낌이다. 로랫동안 소유하고 타 온 바이크에서나 느낄 수 있는 느낌. 그래, 비즈니스 스쿠터라면 이래야지 하는 생각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브레이크는 엔진의 최대 힘을 마음껏 써먹으며 달려도 언제든 설 수 있는 만큼 들어준다. 제동력이 솟아나는 과정이 잡는 힘과 정확히 비례한다. 이것 역시 뇌에 연결된 느낌이랄까. 이런 브레이크라면 언제나 풀스로틀로 다녀도 무섭지가 않겠다. 이와 더불어 서스펜션도 부드러움과 하드함의 타협점을 잘 찾은 설정으로 작은 타이어를 열심히 노면에 눌러준다. 불안한 거동 따위는 일절 없다.
한 바탕 달린 후 멀찍이 떨어져 다시 바라보니 왠지 이질감이 느껴진다. '저렇게 평범하게 생겨가지고 이렇게 잘 달려도 되는 거야?힘 좋은 엔진에 잘 듣는 브레이크, 이 모든 것을 기분 좋게 받아주는 서스펜션이 이렇게 싼 값에 만들 수 있는 거였어?' 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괜히 일제 스쿠터들이 미워지기까지 한다. 고작 145만 원짜리 스쿠터도 이만한 성능을 내는데 특별히 잘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비싸? 라는 생각에 배신감 마저 느껴진다.
결론은 나 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튀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사람에게 이것만큼 어울리는 디자인은 없다. 145만원 이라는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학생과 직장인들에게도 만만하다. 게다가 빠르고 편하고 조종 하기도 쉽다. 남들보다 즐겁게 출퇴근과 통학을 하고 싶다면 하우주의 트렌디는 그야말로 이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할 스쿠터임이 틀림없다.
| 1. 원심 클러치의 동력 전달 과정이 무척 빠르고 파워풀한 엔진. 소음도 거의 없고 부드럽다. 최고시속 80km까지는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치고 올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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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 월 드